30대가 되니 몸무게를 줄이는 게 어렵다. 나름 신경은 쓴다고 하지만, 별로 먹는 건 없는데 활동량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몸무게도 미동이 없다. 그래도 하루에 두 끼는 먹어야 하지 않나?
첫 번째로 내가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배달음식 끊기.
요즘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처럼 배달 문화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한때는 매 식사를 배달음식으로 먹고 지낸 적도 있다. 그랬더니 결과는 이렇더라.
1. 과식
나의 양보다 많이 먹게 된다. 그리고 이건 습관이 된다. 배는 부른데 다 먹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 만들기 싫어서, 남기기 싫은 마음이 든다. 사실은 나의 뱃속으로 그 음식들을 넣고 있는 건데,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본인 뱃속으로 넣을 것인가? 나의 뱃속은 음식물 쓰레기통이 아니다. 사람마다 필요한 섭취량이 있다. 그것만 채워주면 그 이외는 다 과식이다. 그 이후부터는 안 먹어도 되는 음식이다. 남겨도 된다.
식당에 가도 마찬가지다. 음식해주신 이모님 생각해서 다 먹게 되다 보니, 안 먹어도 되는데 더 먹게 되었다. 그렇게 위가 늘어나고 습관이 되니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잘 먹으면 복이 온다, 남기면 벌 받는다와 같은 옛날 옛적 이야기가 뇌리에 박혀있나 보다. 우리는 잘 먹으면 좋아하고 복이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에게 필요한 적정량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하지 그 이상으로 많이 먹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미덕일까? 미련한 일일까? 기억하자, 먹는대로 살찐다.
2. 플라스틱 배달용기
너무 많이 오고 쌓여가는 플라스틱 배달용기들, 이것들 헹구고 씻는 것도 설거지이고 일이다. 분명 요리하기 귀찮아서 시킨 배달음식들이었는데, 먹고 난 후, 작은 반찬 용기부터 큰 용기까지 물로 헹구고 대략 정리하기에는 용기들이 한번 올 때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온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요리를 안 했을 뿐이지 귀찮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리하는 것도 귀찮다. 오히려 요리를 해 먹으면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 생각보다 금방 만들고, 설거지 거리도 처음부터 정리하면서 하고, 많이 만들지 않으면 오히려 설거지거리도 한 두 개로 끝낼 수 있다. 배달용기는 일회용이니 환경을 생각해도 쌓여있는 것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든다.
3. 배달시간
기본 그래도 한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한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내가 직접 요리하면 그전에 식사 마칠 수 있고, 설거지도 끝낼 수 있다. 배고플 때 한 시간의 기다림은 고통이다. 대부분 배고파지면 뭘 먹어야겠다고 인지가 되고, 그때 배달앱을 켜게 되는데, 그때부터 한 시간이란 급한 성격의 나로서는 너무 길다. 그리고,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점은, 그 매장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도보 10분 거리이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점이다. 그런데 배달 소요시간이 1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너무한 것 아닌가?
4. 비용
최소주문비용이 적어도 10000원이다. 1인 가구가 많은 요즘 만원을 채우려면 몇 가지 더 주문하게 된다. 배달비용도 따로 받는다. 음식 값도 싸지 않다. 그렇게 자주, 혹은 매일 먹다 보면 당신이 버는 월급은 버는 이유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꽤나 큰 비중이 배달음식점으로 가기 때문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퇴사하고 집밥을 직접해먹으면서 느낀 건데, 마트에서 장 봐서 요리해먹으면 생각보다 정말 돈 많이 안 든다. 배달음식 한번 시킬 때마다 무심코 나갔던 만 얼마~이만 원이, 직접 해 먹으면 2만 원 장 보면 일주일을 먹을 수 있다. 그것도 건강한 음식으로 말이다. 건강해진다.
나는 이점이 참 삶의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많이하면 돈을 많이 벌지만, 그만큼 돈이 더 많이 나간다.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돈을 지불해 서비스를 받기 때문이다. 때로는 과로로 건강을 잃기도 한다. 더 큰돈이 나간다. 반면, 일을 많이 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돈은 덜 벌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돈 나갈 일이 없다. 에너지 비축도 되고 그만큼 나를 사용하지 않기에 건강도 유지되고 챙길 수 있다. 정신적인 건강도 스트레스가 덜하니 더 좋다.
※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배달음식을 찾게되는 이유는 "편리성" 때문이다. 족발, 닭발처럼 우리가 직접 요리하기에 너무 큰 일이거나, 할 수 없는 메뉴라면 배달시켜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의 식사를 배달서비스에 의존하기 시작하는 1인 가구들의 데일리 메뉴는 그게 아닐 것이다.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사랑'을 먹는 것과 같다. 내가 직접해먹으면 내가 나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고, 나는 그 '사랑'을 먹는 것이다. 어머니가 집에서 요리를 해주는 것도 어머니의 '사랑'을 먹는 것이기에, 식사 후 채워진 느낌을 받는 것이다. 신기한 게, 집밥을 먹으면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고, 그 이후 계속 뭐가 먹고 싶은 마음은 안 드는데, 식당밥이나 배달음식을 먹으면 훨씬 많이 먹는데 뭔가 마음이 다른 것도 더 먹어야 할 것 같고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 있었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보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하는 아이는 상대적으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아이보다 더 많이 먹고, 갈구하며 비만의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먹는 것으로 채우는 것이다.
일하느라 바쁘고, 직장다니면 남아있는 에너지가 요리하는 것까지 닿기 힘들다는 것을 나 또한 너무 잘 안다. 1인 가구인 나 혼자 먹여 살리는 것도 힘든데, 가족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매일 요리하는 워킹맘들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아이들 때문에 요리를 한다고 하던데, 나도 그럴 것 같지만 아이가 없고 오히려 혼자 독신으로 살면 더 자유로우니 더 자주 사 먹게 되는 것 같다. 한 번쯤은 우리가 매일 먹고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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